2012. 4. 22. 23:33

<행복해진다는 것>

- 헤르만 헤세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 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가지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른다.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 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다.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다.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 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가을에게>

- 존 키츠


안개와 열매가 무르익는 계절 

성숙시키는 태양과 내밀한 친구여.

태양과 공모하여 초가을 처미를 휘감은 

포도 덩굴에 열매를 매달아 축복하고,

이끼 낀 오두막 나무들을 사과로 휘게 해 

열매마다 속속들이 익게 하고, 

조롱박을 부풀리고 개암 껍질 속 

달콤한 속살을 여물게 하고, 꿀벌들을 위해

늦은 꽃들의 망울을 다시 피워 내서는

더운 날들이 끝나지 않을 거라 믿는 꿀벌들로 

여름이 끈적한 벌집을 흘러넘치게 했기에.


누군들 수확물 사이에서 그대를 보지 못했으랴? 

이따금 찾아 나서면 누구든 발견할 수 있으리.

그대는 곡물 창고 바닥에 퍼질러 앉아

키질하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나부끼고 있거나,

낫질을 하다 말고 양귀비 향기에 취해 졸린 듯

다음 이랑의 곡식이며 뒤엉킨 꽃들을 남겨 둔 채

반쯤 베어 낸 밭두렁에 깊이 잠들어 있고,

그리고 이따금 그대는 이삭 줍는 사람처럼

짐을 인 머리를 가누며 도랑 건너편을 향해 가거나,

사과 압축기 곁에서 참을성 있게

마지막 방울까지 몇 시간을 지켜보고 있으니.


봄의 노래는 어디에 있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봄노래는 생각지 말라. 그대 또한 그대의 노래가 있으니.

물결구름이 부드럽게 사라지는 낮을 꽃피워

그루터기만 남은 들판을 장밋빛으로 물들일 때,

불었다 잦아지는 하늬바람에 위로 들렸다

낮게 처지는, 강가의 버드나무 사이에서

작은 각다귀들 서글픈 합창으로 읊조리고,

다 자란 양 떼들 언덕배기에서 요란스레 울어대고

귀뚜라미들 울타리에서 노래하고, 지금 부드러운 고음으로

울새가 채마밭에서 휘파람을 불고,

모여든 제비들은 하늘에서 지저귀고 있느니.




<인생이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내버려두면 축제가 될 터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하루하루가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해두는 일 따위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날아 들어온

꽃잎들을 아이는 살며시 떼어내고,

사랑스런 젊은 시절을 향해 

더욱 새로운 꽃잎을 달라 두 손을 내민다.

Posted by 달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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